[넥스트뉴스 인터뷰] <여성 직업인을 만나다> ‘우드마마’ 이지연

김혜민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4 07: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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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만큼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만날수 있다.
이들의 일은 어떤지 궁금했다. 여러 여성 직업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일을 소개한다.
▲원목 가구 공방 '우드마마' <사진=본인 제공>

 

[넥스트뉴스=김혜민 기자] 저렴한 가구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오프라인 매장 등 접근성도 좋아졌다. 이지연 씨는 공방 ‘우드마마’를 운영하며 원목에 다름을 넣어 가치를 더하는 맞춤 가구를 만들고 있다. 가구도 옷처럼 ‘한 철’ 쓰는 시대다. 사용자의 취향과 만드는 이의 정성이 더해진 원목 가구가 더 특별한 이유다.

원목 가구를 만드는 일에는 체력이 꽤 필요하다. 두 아이의 엄마인 지연 씨의 힘에 부치지는 않는지 물었다.

“원자재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전장(크기가 큰 판재)를 사용해요. 처음 재단할 땐 정말 엄두가 안 나요. 아직은 거뜬하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도록 체력관리를 열심히 합니다. 공방을 열기 전보다 체력은 더 좋아졌어요.

다들 비슷한 말을 합니다. 목공에 쓰는 기계나 공구가 무겁고 날카로우니 남자에게 적합하다고요. 확실히 공구는 잘못 쓰면 위험해요. 그래서 잘 배워서 주의를 기울여 써야 해요. 힘보다 세심함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성별이 아니라 성향의 문제죠.

원목 가구는 특히 그래요. 얼마나 정확하고 세심하게 만드는가가 중요합니다. 무작정 힘이 센 것보단 섬세한 사람에게 더 잘 맞아요. 만드는 과정이 꼼꼼하고 정확해야 하니까요.”

기자는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미술수업 때 뭔갈 만드는 게 힘들었다. 가령 지우개 도장 같은 것 말이다. 커다란 지우개를 사서 아무리 이리저리 만져봐도 결과물은 투박했다. 원목 공방을 하는 아버지의 친구가 그 지우개의 작은 면에 기자의 이름 석 자를 정확하게 새겨줬을 때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지연 씨 역시 손재주가 좋은 사람일 것 같았다.

“제 손으로 뭔갈 직접 만드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필요한 소품을 리폼하곤 했어요. 그러다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 스스로 집을 꾸미기 시작했어요. 재미를 붙이니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전문교육양성과정을 찾은 건 우연이었지만 배우면서 목공예에 푹 빠졌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자 지연 씨에게 목공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연 씨는 ‘그 이후’가 너무 어려웠다고 답했다.

“자격증까지 땄는데 다음이 없더라고요. 문이 너무 좁았죠. 취업할 곳도 없었어요. 이대로 끝인가 싶었는데 그때 우연히 목공을 겸하는 분이 운영하던 카페를 방문했어요. 아, 이런 가구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고 새로웠어요. 다 직접 만드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목공을 배웠다고 하니 창업을 권하셨어요. 가르쳐 주겠다고요.

제가 알던 원목 가구는 무겁고 올드한 느낌이었는데 젊고 감각적인 가구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카페에 있는 가구를 보며 ‘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취미에서 제2의 인생으로 도약한 계기가 된 거죠.”
 

▲우드마마 가구 <사진=본인 제공>

지연 씨는 아이를 낳은 뒤 경력이 단절된 경험이 있어 지금이 더 특별하다고 했다. 아내와 엄마로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일을 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

“10년 정도 경단녀로 지냈어요. 그래서 더 뼈저리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지만 사회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는 건 굉장한 일입니다. 아이들도 활력 넘치는 엄마를 더 자랑스러워해요. 아웃풋이 확실한 일이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못 만드는 게 없는 사람이 됐어요. 뿌듯하죠.”

보람차지만 무척 피곤할 것 같았다. 가족을 돌보고 일도 하는 게 지칠 때는 없는지 물었다.

“가정은 소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분명히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가족의 도움과 협조가 꼭 필요해요. 그럼 제 작업장에서는 오롯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피로가 싹 가시죠. 시작하길 잘했다고 자부해요. 정말로요.”

지연 씨는 원목 가구 제작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망설일 필요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해보지 않으면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어요. 비단 창업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관심이 있다면 문을 두드려야죠. 알아보고 배워야 합니다. 안 된다고 하는 말 앞에 주저하지 마세요. 제 주변에도 원목 가구를 사 줄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없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판매도 하고 강의도 해요.

시장이 고민된다면 블루오션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원목 가구의 가치를 아는 분이 점점 늘어나고 있거든요. 친환경 소재에 개인의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잖아요. 충분히 오래갈 수 있는 조건이죠. 체력이 고민되시면 조금씩 운동을 하면 되고 자금이 고민이면 작게 시작하면 돼요. 저도 온라인으로 판로를 정하고 창업까지 하게 됐어요. 거금을 들여 바닥을 다 닦아놓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어요.”

경력단절 10년, 새로운 직업, 하고 싶었고 적성에도 맞는 일. 찾는 건 물론 도전하기도 쉽지 않다. 제2의 인생에 너무나도 만족한다는 지연 씨에게 새로운 꿈을 꾸는 여성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You can do it! 결혼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모두 남편과 같이 사회구성원으로 한사람 몫을 했잖아요. 육아와 가정을 위해 잠시 다른 길을 갔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 능력이 사라지거나 떨어지는 건 아니에요.


꼭 예전에 했던 일, 배웠던 전공을 찾아갈 필요는 없잖아요. 오히려 새로운 길을 찾을 기회죠.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나씩 해보고 싶었던 일을 배워보세요. 뭐든 쉽게 얻어지는 일은 없어요. 기왕 다시 찾는다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시길 바랍니다. 찾는 건 꼼꼼하게, 시작은 과감하게, 진행은 열정적으로!

아이들은 금방 크고 남편도 평생 직장에 다니긴 힘들겠지만 전 활기차게 일하고 있을 거예요. 이 일이 즐겁고 잘 맞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이지만 제품을 판매하는 일이니 보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완성도가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 가구를 만들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가구의 밸런스와 고객의 취향, 트렌디함’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완성도’예요. 제 가구가 어느 곳에 어느 것과 있어도 잘 어우러지길 바라요. 이사를 하고 자주 사용해 흔적이 보여도 원목이니 그 가치가 더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작합니다. 가구를 사용하고 보는 분은 거의 여자거든요. 저도 그 마음을 잘 알아요. 오래오래 고객과 함께하는 가구가 되길 바랍니다.”

우드마마의 가구 중 눈에 띄는 건 초록색 가구들이다. 원목 가구의 결이나 색도 분명 매력적이지만 ‘초록이’는 집 안의 포인트가 될 것 같아 매력이 있었다.
 

▲우드마마 시그니처 라인 <사진=본인 제공>


“우드마마의 시그니처예요. 우드마마를 시작하게 한 가구죠. 실습생일 때 처음으로 큼직한 가구를 온라인에 올렸는데 경상남도에 사는 분이 주문을 해주셨어요. 완벽한 상태로 보내드리지 못해 아직도 죄책감이 듭니다. 하지만 그분은 아직도 좋아하세요. 제가 새로 올리는 작품들도 눈여겨보시고요. 첫 작업으로 깨달은 게 많아요. 용기도 많이 얻었고요.

어떤 제품이든 만드는 동안 너무 행복해요. 가구를 주문한 고객이 보내는 후기를 보면 인테리어를 어찌나 예쁘게 하시는지 그걸 보면서 또 감동하고요. 제 안목에 들어 만든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가서 더 큰 가치가 될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저를 자꾸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돼요.

기꺼이 돈을 내고 제게 가구를 주문하는 것도 기쁩니다. 판로가 온라인이라 누구든 후기를 볼 수 있는데 칭찬 가득한 후기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요. 보람도 느껴지고 이 일을 계속, 더 잘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도 생기죠. 전 10년 뒤에도 생산 활동을 하고 있을 거예요. 목공예 선생님이 돼 있을 거고 동네 인심 좋은 공방 주인으로 지낼 겁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제 시그니처 가구가 브랜드화됐으면 좋겠네요.”

 

▲창업을 목표로 하는 전문가반 수강생도 함께 한다. <사진=본인 제공>


지연 씨는 큰 욕심이라고 했지만 원하는 일에 도전해 결과를 쟁취한 지연 씨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정성은 어떻게든 티가 나는 법 아닌가. 지연 씨의 소망처럼 우드마마의 가구가 많은 이들의 곁에서 오래 함께하는 가구가 되길 바란다.

 

김혜민 기자 enam.he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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