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자] <계속해보겠습니다> 마음의 위안을 얻는 방법

김승직 기자 / 기사승인 : 2020-06-16 13: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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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뉴스=김승직 기자] “우리의 삶은 고통이다. 따라서 인간은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인생을 사랑한다.”


러시아의 소설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며 삶에서 오는 고통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고통 중에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실연, 배신, 폭력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다. 특히 죽음으로 인한 이별 등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이런 상처를 받은 사람은 더 고통받는 것이 두려워 인간관계를 늘리는 것을 꺼리거나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 인생을 사랑하는 이유 역시 인간관계에서 온다.

오늘은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료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을 이야기하려 한다.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친자매인 소라와 나나 그리고 이웃사촌 나기다. 

이들은 다소 독특한 과거를 가지고 있고 이 과거 덕분에 가족 이상의 인간관계를 맺는다. 작중에서 이 인간관계는 ‘소라나나나기’라 불리며 ‘구성원이 1명뿐인 부족’으로 설명된다.

소라와 나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들의 아버지 금주는 공장에서 사고로 죽었고 어머니 애자는 아버지의 죽음에 크게 상심해 어머니의 역할을 포기했다.

애자는 소라와 나나에게 쉰 떡을 먹일 정도로 무심했다. 자매 역시 그녀를 ‘애자’라 부르며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를 측은하게 여긴 나기는 소라와 나나에게 도시락을 싸다 주는 등 친오빠 같은 존재를 자처한다.

나기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소라와 나나의 집 근처에 작은 술집을 차리고 남는 재료로 밥을 해주거나 손님이 없는 날 이들을 불러 안주와 술을 대접하기도 한다.

나기에도 숨겨진 상처가 있다. 그는 게이로 동급생인 ‘그’를 짝사랑했다가 상처받은 인물이다.

나기와 그는 처음엔 친한 사이였지만 그가 일진들과 어울리며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심지어 그는 일진 친구들과 나기를 괴롭히기까지 한다.

졸업 이후 나기는 일본으로 떠나지만 우연히 그와 재회한다. 설레는 마음이었던 나기와 달리 그는 나기를 이용할 속셈이었고 돈을 아끼겠단 심산으로 나기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기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잠든 그에게 입맞춤을 시도한다. 하지만 잠에서 깬 그는 나기를 흠씬 두들겨 패고 도망쳐 버린다.

이후 나기는 당시의 기억을 수치스러워하면서도 그를 그리워한다.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꺼내 보이는 계기는 나나의 임신이다.

어느 날 소라는 아름다운 단풍잎이 나오는 꿈을 꾼 뒤 나나에게 꿈 이야기를 한다. 나나는 그 꿈이 자신의 태몽일 것이라 말하며 그 상대가 회사 동료인 모세임을 알린다.

이에 소라는 무책임한 애자 아래서 자란 나나가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한다.

그녀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모세의 부모님을 만나고 나나가 파혼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모세의 집에 간 나나는 그의 어머니가 아버지의 요강을 치우는 것을 보고 모세에게 “왜 어머니가 요강을 치우느냐”고 묻는다. 모세는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나나는 “그럼 당신은 왜 당신은 요강을 치우지 않느냐”고 되묻고 모세는 “부모란 그런 것”이라고 답한다.

나나는 모세의 가족을 보며 자신이 이 가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그런 것이라면 나는 부모가 될 수 없다”며 모세와 파혼한다.

이후 나나는 소라와 나기 등을 만나 아이의 처우를 고민한다.

나나는 “아이를 낳고 부모로서 영향을 주고 그 아이가 뭔가로 자라는 것을 남은 평생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소라 역시 제2의 소라, 나나를 만들고 싶지 않아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상태다.

하지만 이후 이어지는 일련의 대화와 사건 등으로 소라, 나나, 나기는 각자의 아픔을 서로에 털어놓게 된다.

이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겐 상처만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라는 나나를 돌봐줘야 하고 나나에겐 태어날 아기가 있으며 나기는 기다리는 남자가 있다.

종극에 나나는 소라가 꾼 태몽을 떠올리며 “이렇게 열심히 꿈을 보내올 정도로 태어나고 싶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를 낳기로 한다.

이어 “우린 모두 덧없고 하찮지만, 함께 어우러지면 희망과 의지가 생긴다”며 “계속해보겠다”고 말한다.

 

▲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사진=구글이미지>

 

이 소설은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 소설로 각각의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차례로 진행된다. 또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사건이 담담한 문체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이 소설의 서사 자체는 크게 흥미롭진 않다. 다만 독자가 등장인물에 공감할 여지를 마련하면서 이들의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한다. 이에 독자는 자신의 경험을 등장인물의 경험에 대입하게 된다.

우리도 등장인물처럼 저마다의 아픔을 갖고 있다.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이를 치유할 방법으로 연대를 통한 이해, 공감 등을 제시한다.

다만 이 소설에서 애자가 던지는 화두는 의문으로 남는다. 애자는 요양원에 들어간 이후에도 소라와 나나에 끊임없이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애자는 소라에게 “너희의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은 그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게 인생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세계는 필멸뿐이며 죽고 나면 그뿐”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인간이 조그만 덩어리도 되지 못하고 부서지고 흩어진다면, 형체도 없는 한 줌 무더기가 될 때 인간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연대의 불가능성을 꼬집기도 한다.

작가는 이 질문에 확답을 내리진 않는다. 다만 나나의 입을 빌어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톨스토이는 “삶을 깊이 이해할수록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삶을 이해하는 것은 삶에서 오는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음의 위안을 얻는 방법, 그것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 아닐까?

 

김승직 기자 reporter@nex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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