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칼럼] 자녀징계권 폐지

김병윤 대기자 / 기사승인 : 2020-08-13 09: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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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지난 4일 아동학대를 근절시키기 위해 60년 만에 자녀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입법예고 했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우리는 보고 싶지 않았던 뉴스를 다시 봐야 했다. 뉴스의 내용은 이렇다. 서울 마포구 편의점에 10살 여자아이가 맨발로 뛰어 들어왔다. 헝클어진 머리에 코피마저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근무하던 중년의 부인이 아이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아이는 엄마의 폭력이 무서워 신발도 못 신은 채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엄마는 술에 취해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 6월 친모와 계부에게 학대를 당했던 창녕 9살 여자아이 사건의 판박이다. 우리 사회는 창녕 어린이의 앙상한 모습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바닥을 지지게 해 지문이 없어졌을 정도의 학대를 받았다. 정부도 재발 방지책을 위해 제도 보완과 개선에 나섰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아동학대를 근절시키기 위해 지난 4일 민법 제915조에 있는 자녀징계권을 60년 만에 삭제하겠다고 입법예고 했다.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915조가 삭제되면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용인되던 ‘사랑의 매’가 사라지게 된다. 한마디로 자녀징계권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해 학부모들 사이에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녀징계권 폐지에 반대하는 부모들은 자녀가 삐뚤어진 길을 갈 때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춘기 자녀들에게 ‘사랑의 매’가 필수라고 말한다. 찬성하는 부모들은 이제 시대가 바뀌어 교육방식도 변해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체벌보다는 대화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쪽 모두의 주장이 맞을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가정교육이란 방식으로 인정해 줬다. 학교 교육과 가정교육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해 줬다. 가정교육이 인성함양에 큰 몫을 한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자녀징계권 삭제는 입법예고 됐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남은 과제는 앞으로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관심을 둬야 한다. 사실 부모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자녀 교육이다. 모든 부모가 공감하는 일이다.

 

이제는 부모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소중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자녀의 뜻을 존중해줘야 한다. 입을 닫고 귀를 열어놔야 한다.

정말로 슬픈 일이지만 체벌 받은 자녀가 부모를 경찰에 신고하면 어찌 되겠는가. 부모는 졸지에 범법자가 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 일이 생길까 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는 자녀가 부모를 신고하는 일이 많지 않은가. 물론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부도 이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당연시됐던 문화가 변화를 맞게 됐다. 한동안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새로운 문화가 초창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센터를 확충해야 한다. 전문 상담사 육성과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런 정책은 가장 초보적이고 필수요소일 뿐이다. 정부는 담당부처와 사회 전문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60년 만에 사라지는 민법 제915조를 보며 씁쓸한 생각이 든다. 각박해진 사회의 한 면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부모와 자녀 간의 인륜이 무너지는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부모님에게 ‘사랑의 매’를 맞으며 두 손을 싹싹 빌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대가족 시대에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밥상머리 교육이 없어진 현실이 서글퍼진다.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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