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뉴스 인터뷰] <여성 직업인을 만나다> ‘게임 스트리머’ 자빱 ①

김혜민 기자 / 기사승인 : 2020-08-13 1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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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만큼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만날수 있다.
이들의 일은 어떤지 궁금했다. 여러 여성 직업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일을 소개한다.
▲<우정리 노트> 주민들. 복대지, 김기린, 최덕구, 방국봉, 김자빱, 박복수, 이곡길, 박람지 <사진=자빱TV 갈무리>

 

[넥스트뉴스=김혜민 기자] 석 달 전쯤 아는 동생이 잘 지내냐며 연락을 해왔다. 근황 이야기를 하는 내내 본가도 거주지도 수도권인 동생은 전라도도 충청도도 아닌 묘한 사투리를 썼다. 메신저상에서도 사투리를 쓸 일이 있나 싶어 물어봤더니 “나가 요즘 <우정리 노트>에 과몰입을 혀서 그려. 언니도 한번 봐 보더라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엔 동생이 쓰는 사투리가 신기해서 찾아봤다. 마인크래프트(자유도가 높은 샌드박스 종류의 게임)로 만들어진 배경과 캐릭터. <우정리 노트>의 소개 문구는 ‘지친 일상을 바꿀 힐링 귀농물’이었다. 정사각형으로 이뤄진 그래픽을 보자 ‘재밌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땠냐고? 정확하게 3일 뒤에 기자의 입에도 ‘전라도도 충청도도 아닌 묘한 사투리’가 붙었다.

우투리(우정리 노트와 사투리 합성어)에 나오는 사투리를 쓰기 시작하자 지인 한 명이 “대체 그 이상한 사투리 언제까지 쓸 건데?”라고 물었다. “우정리 노트를 봐서 그런 사투리를 쓰게 되는 거라면 안 볼래”라던 지인이 ‘그 이상한 사투리’를 쓰게 되기까지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매주 토요일, 10주에 걸쳐 진행된 <우정리 노트>는 하루 치가 4편으로 나뉘어 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결말과 특별 영상까지 포함하면 60회쯤 될 거다. 절대로 짧지 않다. 그럼에도 보기 불편한 장면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게 기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우정리 노트>에 열광한 이유일 것이다.

<우정리 노트>의 주민은 웃기기 위해 누구를 깎아내리거나 비하하지 않는다. 주민 모두가 여자인 마을에서 커플이 탄생했다는 소문이 나도 “람지 니 애인 생깃나?”, “나가 턱시도는 못 혀줘도 침대는 놔 줄게” 등 편견 없는 대사가 나온다.
 

▲ 스캔들의 원흉이 된 사진 <사진=자빱TV 갈무리>

▲ 주민들의 반응. 편견 없는 모습이 좋았다는 시청자도 여럿 있었다. <사진=자빱TV 갈무리>

게임 스트리머 자빱 씨는 이런 설정이 의도한 건 아니라고 했다. “스토리는 큰 틀만 정해놓고 대사는 거의 애드리브로 진행했어요. 람지랑 덕구 사진도 그냥 제가 장난치려고 찍은 거예요. 원래 스태프님 놀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주민 반응도 다 즉석에서 나온 거고요. 많은 시청자가 ‘여자만 나오고 불편한 장면이 없어서 좋다’고 하셔서 저도 스태프님들도 놀랐어요. 기획 과정에서 다른 설정은 구체적으로 정하고 시작했지만 남을 불편하게 만들어서라도 웃겨야 한다는 압박이나 남성 출연자 여부는 논의도 되지 않았어요. 그냥 당연한 거였죠.”

기자가 자빱 씨와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히 컨텐츠가 재밌어서는 아니다. 자빱 씨는 방송에서 "정체기를 극복하려고 우정리 노트를 기획했다"고 했다.

“작년 말쯤 방송 정체기가 왔다는 걸 느꼈어요. 극복하지 못하면 스트리머 수명이 끝날 거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뭔가 확실하게 해야겠다 싶었어요. 전에도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스태프님들과 같이 <바니시티>를 진행했는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애착을 가진 컨텐츠라 그때 경험을 발판 삼아 <우정리 노트>를 제작했어요. 기획만 3개월 가까이 걸렸고 제작비도 많이 들었죠. 제 사비를 써서 진행했어요. 그때 구독자가 1만9000명이었으니 수익이 날 거란 기대조차 없었고요. 조금 민망하지만 목표는 정말 ‘제 채널의 재기’ 딱 하나였습니다.”

시청자 유입이나 동영상 조회 수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극적인 컨텐츠를 많이 찍어내는 게 아닐까? 실제로 많은 유튜버가 그런 영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데다 돈과 시간도 많이 드는 컨텐츠를 만드는 게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불안했죠. 스태프님 붙잡고 운 적도 있어요. 그때 스태프님들이 다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하시더라고요. 진짜 잘 되긴 했죠. 시청자가 5만 명까지 늘었으니까요. 끝나고 물어보니 ‘위로하려고 잘 될 거라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우정리 노트>의 탄생에는 자빱 씨의 성격도 한몫했다.

“전 무조건 모 아니면 도예요.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고요. 무모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벌인 일이 성공하면 ‘무모함’에서 ‘도전정신’으로 평가가 바뀌잖아요. 하겠다고 결정했으니 준비는 정말 확실하게 했습니다. 품을 많이 들인 만큼 어느 정도 자신 있었는데 저도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전라도와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우투리’가 생긴 이유도 자빱 씨가 배경으로 전라도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제가 전라도 출신이에요. 전라도는 이미지가 별로 안 좋잖아요.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지역 자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기도 했고요. 스태프님들 중엔 전라도 출신이 없어요. 제가 음성 파일을 보내면 스태프님들이 그걸 따라 하면서 연습했어요. 하지만 대사가 정해진 게 아니라 하다보니 다른 지역 사투리가 조금 섞이더라고요. 그래도 원했던 바는 이뤄서 기뻐요. ‘우투리’를 쓰는 시청자분들을 보면 뿌듯하고요.”

<우정리 노트> 주민의 호칭은 ‘-댁’으로 ‘그 지역에서 시집온 여자’라는 뜻의 접미사다. 자빱 씨는 기혼 여성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호칭이 싫다고 했다.

“전라도에서는 결혼한 여자한테 목포 출신이면 ‘목포댁’, 제주 출신이면 ‘제주댁’이라고 불러요. 기혼 여성이 ‘결혼하고 나서 나 자신이 없어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우정리는 비혼 마을이에요. ‘-댁’이 이름 자체로 불리는 호칭이 되길 바라고 쓰자고 했죠. <우정리 노트>를 보신 분들이 무척 좋아하는 호칭인데 원래 뜻을 아는 분은 적은 것 같아 방송에서 몇 번 다시 얘기했어요. 제 지향점도 같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알고 나면 다들 더 좋아하실 거예요.”

▲곡길과 복수 <사진=자빱TV 갈무리>

 

주민 각각의 개성도 무척 뚜렷했다. 자빱 씨는 기획 단계에서 캐릭터 설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취미나 좋아하는 음식이 다 정해져 있었어요. 기린 댁은 상추랑 나뭇잎이었고 곡길 댁은 코끼리니까 목욕탕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막상 직업을 선택할 땐 큰 고민이 없었어요. 실제 스태프님들 성격을 반영해서 맡으면 재밌을 것 같은 직업을 붙여준 건데 여성 캐릭터가 전당포 주인이나 청년회장을 맡았다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좋은 반응이 나왔네요.”
 

▲시청자 참여형 캐릭터인 방국봉, 최덕구 <사진=자빱TV 갈무리>

2일 차에는 시청자 2명이 우정리의 새로운 주민으로 온다. 이들이 적응하는 데도 주민들이 큰 역할을 했다.

“스태프님들에게 요구한 것 중 하나가 개인 시간을 갖는 거였어요. ‘스타듀밸리’라는 게임 아세요? 농장을 가꾸는 게임인데 거기 주민들은 각자 생활 패턴이 있고 플레이어의 행동과 상관없이 그걸 지켜요. 생동감을 위해서 제가 없더라도 우정리 주민으로서 지냈으면 했어요. 진행은 제 몫이니 편하게 하라고 하긴 했는데 ‘0070’게임은 제가 시킨 거 아니에요. 어느 날 보니 하고 있더라고요. 덕구랑 국봉이는 제 조력자로 우정리에 온 거라 스토리 진행에서 중요한 역할인데 너무 잘 놀아서 만날 핑핑 논다고 타박하기도 했어요. 왜 못 놀게 하냐는 시청자도 있었는데 맡은 역할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실제로 우정리를 진행하면서 자빱 씨는 ‘짜고 치는 것 아니냐’ 같은 얘기를 듣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방송 전에 제가 할머니 집이라고 정해둔 곳이 있어요. 그래서 맵 만들 때 종종 놀러 가서 ‘여긴 우리 집이니까 이렇게 해 주세요’하면 스태프님들이 ‘네~’ 하시더라고요. 방송하다가 할머니 집이 거기가 아닌 걸 알았어요. 미리 알았다면 더 멋있게 인테리어를 했을 거예요. 그리고 빱 댁 캐릭터를 얄밉게 보는 분들이 계셨는데 주민들을 놀려도 실제로 스태프님들이 절 미워하거나 원망하진 않아요. 재미있자고 하는 방송이니 편하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김혜민 기자 enam.he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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