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뉴스 인터뷰] <여성 직업인을 만나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지민

김혜민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3 1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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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중인 김지민 씨 <사진=본인 제공?

 

[넥스트뉴스=김혜민 기자] 어린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악기를 배우러 학원 한번 가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기자도 어릴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 나이에 악기를 배우는 건 적성을 가늠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기억 난다. 기자는 어릴 적부터 손이 큰 편이었고 강약조절도 잘하는 편이라 피아노 선생님이 내게 열정이 없는 걸 아쉬워했다. 바이올린도 마찬가지였는데, 당시 함께 학원에 다닌 친구는 첼로 전공으로 예술중·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 역시 첼로 전공으로 갔다.

그때 기자는 어떻게든 연습을 빼고 싶어 꾀를 부렸으나 친구는 참 열심히 했다. 정작 성인이 되니 ‘그때 배워뒀으면 지금 기억은 하려나’ 싶지만, 피아노를 양손으로 연주했던 마지막 기억은 중학생 때 음악 수행평가다.

이번에 만난 김지민 씨는 25살. 대학원에 진학해 바이올리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전공자다. 클래식·현악기는 일반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있지만 지민 씨는 모두가 그 매력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민 씨는 피아노를 배우다가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됐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유치원생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도저히 흥미가 생기질 않더라고요. 그때 어디서 바이올린 수업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좀 기웃거리다가 엄마한테 ‘나 바이올린 배우고 싶어’ 했는데 그게 전공까지 이어졌어요.”

기자가 바이올린을 배우며 힘들었던 점 중 하나는 바이올린이 너무 섬세했다는 거다. 몇 번째 손가락을 어디에 두고 어느 정도로 눌러가며 음을 조절하고 현을 켜는 걸 동시에 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기자는 지금도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못한다) 섬세한 악기인 만큼 전공자여도 연습은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맞아요. 다루기가 힘든 악기죠. 연습은 체력보다 정신력 소모가 더 커요. 부족한 게 뭔지 확실히 알아야 하고 그 부분을 어떻게 연습해야 효율적인지 고민하는 걸 시작으로 완벽하게 연주할 때까지 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앞서 말했지만 기자는 어린 나이에 악기를 배워 업으로 삼는 건 재능이거나 적성이거나 혹은 둘 다라고 생각한다. 지민 씨에게 중간에 다른 일을 하고 싶었던 적은 없냐고 물었다. 지민 씨는 “이걸 말고 뭘 했을까 생각해보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그냥 운명인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도 정말 별 것 아니에요. 그냥 취미로 하다가 선생님께 예뻐 보이고 싶어서 바이올린 전공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땐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죠. 하지만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에요.”

바이올린은 확실히 지민 씨의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기자는 어릴 때 등 떠밀려 학원에 다녔을 땐 그렇게 바이올린 배우기가 싫었는데 이제 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올린은 다른 악기에 비해 배울 기회가 적다. 지민 씨는 우선 개인 악기가 필요하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인 것 같다고 했다.

“우선 바이올린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 거의 없어요. 또 악기를 피아노처럼 공용으로 쓰는 것도 불가능 하고요. 개인이 바이올린을 준비해야 하니 구매·관리가 부담되는 게 사실이죠. 레슨비도 비싸고요. 그래도 요새는 레슨 선생님을 찾을 수 있는 앱이 많아져서 시간이나 장소를 맞추기는 훨씬 쉬워졌어요.”

지민 씨도 대학원을 다니며 바이올린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스케줄 조정을 할 수 있어서 학교와 학원 수업이 겹치는 날이 없어요. 오히려 학부생 때보다 편해요. 제가 아이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가르치는 보람도 있고요.”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지민 씨 <사진=김혜민 기자>

기자가 나중에 대학원을 졸업하면 성인 지도도 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지민 씨는 있다고 대답했다. “제 욕심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박사학위, 두 번째는 좋은 레스너가 되는 거요. 기자님이 배우고 싶다고 하시면, 제가 잘 가르쳐 드릴게요.”

지민 씨는 현악 페다고지과 학생이다. 페다고지는 교수법이라는 뜻으로 어떻게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바이올린과 친해지게 하고 흥미를 끌어낼지 배운다고 했다. 지민 씨는 이 수업이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수업은 아니라고 했다.

“제가 배운 내용을 나중에 제 학생들에게 어떻게 접목해 가르칠지 연구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교수법 외에도 화성학이나 전공 실기를 배우는 데 그런 과목들도 마찬가지죠.”

지민 씨는 좋은 레스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이올린 이야기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이 반짝거렸다. 어린 시절부터 쭉 바이올린을 켜면서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는지 궁금했다.

“당연히 있어요. 처음엔 중학교 때 이유 없이 하기 싫어졌어요. 질리고 귀찮고 재미도 없고요. 그래서 연습을 안 해가서 선생님께 혼나고.. 의욕이 없으니까 또 연습을 미루게 되고 그랬어요. 두 번째는 입시생 때였는데 선생님이 너무 무서웠고 할 게 너무 많아서 지쳤어요. 그때는 당장 입시가 코 앞이니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마음으로 참고 보냈어요.”

너무 질리고, 하기 싫은 일을 ‘이것도 지나갈 거다’하며 참고 보내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사는 게 아니라 삶을 견디는 일이다. 지민 씨는 그때 어떤 도움이 필요했을까? 입시 강의를 하게 된다면 슬럼프를 겪는 학생에게 어떻게 해 주고 싶은지 물었다.

“입시 강의는 아직 무리지만, 그런 학생이 있다면 일단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할 거예요. 가서 어떤 점이 힘든지, 집에서 어떤 지원을 받고 있는지 묻고 상담해 줄래요. 고칠 부분은 고칠 수 있게 하되 너무 엄하게는 말고요. 그리고 잘하는 부분은 엄청 칭찬해 줄 거예요. 슬럼프가 왔을 때 받는 칭찬이 되게 큰 위로가 되잖아요. 학생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레스너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여태껏 잘 해왔으니 남은 시간도 잘 할 수 있을 거고 이겨낼 수 있다고 해줄래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요.”

지민 씨는 장난스레 얘기했지만 말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만약 박사학위를 따면 입시생 지도도 할 거냐고 묻자 지민 씨는 “그것도 좋지만 교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라고 답했다.

"어쨌든 지민 씨가 그리는 미래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일이네요"라고 말하자 지민 씨는 웃으며 “맞아요. 가르치는 일도, 바이올린도 제가 사랑하는 일이에요. 바이올린의 매력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해요”라고 대답했다.

피아노 학원에 다닐 때 선생님이 무서워 친구와 떠들지도 못하고 앞에서 연주할 때마다 떨었던 기억이 났다. 다른 선생님을 만났다면 기자는 취미로 계속 피아노를 쳤을까? 확신할 순 없지만 지민 씨 같은 선생님을 만난다면 금방 바이올린과 사랑에 빠질 것 같았다.

기자는 정말로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은데 연락해도 되냐고 묻자 지민 씨는 '당연하다'고 했다. 기자에겐 조만간 레고 맞추기, 누워서 넷플릭스나 책보기 외에 또 다른 취미가 생길 것 같다. '혼자' 하는 취미가 아닌 '좋은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취미로 말이다.

 

김혜민 기자 reporter@nex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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