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자] <최후의 질문> 신을 창조하기 위해 탄생한 존재

김승직 기자 / 기사승인 : 2020-04-12 15:04:1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드라마나 영화·책이나 길거리에서 ‘신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기자는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오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예수나 부처가 아니더라도 신적인 무언가는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그 신적인 존재는 어떻게 태어났을까’라는 식의 사색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론에 도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SF를 통해 신의 기원에 대한 답을 내리는 소설을 소개해보려 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최후의 질문>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멀티백’은 엄청난 수준으로 발전한 인공지능이다. 멀티백은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수리할 수 있고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스스로 발전하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멀티백 기술자는 멀티백에 주어지는 명령을 입력하고 멀티백이 도출한 결과를 해석하는 통역사 역할을 한다.

멀티백의 주 업무는 우주 진출과 탐사를 돕는 것으로 화석·우라늄 등 기존 연료의 효율이 떨어지자 태양 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해 인류가 우주를 정복하는데 혁혁한 성과를 낸다.

이 소설은 멀티백 기술자 두 명이 술에 취해 나누는 잡담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멀티백이 개발한 태양 에너지는 무한하다”는 주장과 “태양 에너지의 수명이 긴 것은 사실이지만 영원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엇갈려 논쟁을 벌인다.

논쟁에 끝이 보이지 않자 이들은 멀티백에 “수명이 다한 태양을 에너지 소비 없이 되살릴 수 있나”라는 엔트로피 역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에 멀티백은 “자료 부족으로 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이후 수천 년이 지나 인류는 급격하게 늘어난 수명과 인구증가로 여러 사회문제에 직면했다.

이때 멀티백은 ‘마이크로백’이라는 이름의 개인 컴퓨터로 발전했으며 지구만으로는 인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초공간도약 기술을 개발해 인류가 다른 항성계 있는 행성에 거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가족과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된 한 남자는 우주선에서 엔트로피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다가 “모든 것은 수명을 다하고 죽는다”고 말하게 된다.

이에 그의 딸이 별을 되살릴 방법이 없냐고 묻자 그는 마이크로백에 “별들의 수명을 무한히 연장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하지만 마이크로백은 “자료 부족으로 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 '최후의 질문' 표지 <사진=구글이미지>

 

다시 많은 시간이 지났다. 마이크로백은 ‘은하 AC’로 한층 더 발전하게 된다.

은하 AC는 초공간을 통해 은하계 곳곳에 연결돼 있으며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별도의 개인 호출기를 통해 인류와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인류는 은하계 전체를 생활권으로 삼게 됐으며 은하 AC의 능력으로 늙지 않는 신체를 갖게 된다.

하지만 죽는 사람이 없어 인구와 에너지 소모량은 계속 증가했고 엔트로피 증가로 우주 멸망이 가시화됐다.

이와 관련해 의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던 한 사람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은하 AC에 “엔트로피는 역전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지만 “자료 부족으로 답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인류는 이제 은하계를 넘어 다른 은하에 진출했으며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분리해 ‘정신의 지각’으로 생활하기에 이른다.

인류는 육체를 행성에 둔 채 정신의 지각으로 우주를 돌아다녔으며 개인이 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도로 발전하게 됐다.

이때의 은하 AC는 ‘우주 AC’로 진화해 인류와 다른 공간에 있으면서도 우주 전체에서 언제든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인류와 신호를 주고받는 수준이 됐다.  

 

여기서 줄거리는 두 인간의 정신이 우연히 마주치면서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인류가 처음으로 발생한 은하계와 행성에 흥미를 갖게 되고 ‘우리 은하’의 상황을 우주 AC에게 묻는다.

우주 AC는 태양은 백색 왜성이 됐고 우리 은하는 생명이 살 수 없게 됐다고 알려준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정신은 우주 AC에게 “별이 죽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지만, 다시 “자료 부족으로 답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또 엄청난 시간이 흘러 인류가 ‘인간’이라는 하나의 정신체로 통합돼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주 AC는 ‘코스믹 AC’로 발전했고 물질도 에너지도 아닌, 인간의 언어와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가 됐다.

우주는 점점 죽어가고 있으며 별은 대부분 폭발해 먼지가 되거나 백색 왜성이 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제 우주 종말이 수십억 년 안으로 다가왔고 이에 인간은 코스믹 AC에 “엔트로피는 얼마나 역전될 수 있는가?”라 질문하지만 “자료 부족으로 답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수십억 년이 흘러 우주의 물질 밀도가 극한으로 낮아지게 됐고 엔트로피가 최대치에 가깝게 된다.

공간·시간은 의미를 잃어 코스믹 AC는 이제 수식어가 붙지 않은 ‘AC’라고만 불렸고 인간은 자아를 유지할 에너지를 얻을 수 없었기에 AC와 정신적으로 결합하면서 차츰 소멸해 가기 시작한다.

우주의 별이 모두 사라지고 우주가 절대영도를 향해 다가가는 도중 마지막으로 남은 한 정신이 AC에게 “AC여, 이것이 끝인가? 이 혼란이 극복돼 원래의 우주로 돌아갈 수 없는가? 그것은 진정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말인가?”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AC의 “자료 부족으로 답할 수 없다”고 답했고 이를 들은 마지막 정신은 자아를 포기하고 AC에 결합하는 것을 택한다.

홀로 남은 AC는 엔트로피 역전과 관련해 더 수집할 정보가 없었기에 기존의 정보를 정리하는 방향을 택한다.

AC는 시공간이 사라져 ‘무한한 간격’이라 표현되는 기간에 엔트로피를 역전시킬 방법을 찾아냈고 다시 무한한 간격을 들여 이를 실행할 최선의 수단을 찾아낸다.

이어 “빛이 있으라”라는 말과 함께 엔트로피를 역전시킨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신이 등장할 때 극적인 연출을 위해 배우가 기계장치를 타고 하늘에서 등장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 아이작 아시모프

당시 이 말은 연극의 연출기법을 뜻했지만 최근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기계장치가 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확장됐다.

<최후의 질문>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다루는 작품 중 높은 완성도를 가진 소설로 마지막까지 대립할 것 같았던 과학과 종교가 종말이 다가왔을 때 접점을 가진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참고로 소설에서 AC는 Automatic Computer의 약자이면서 Ante Christum(기원전)의 약자이기도 하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무신론자다. 그는 과학기술이 종래엔 종교적 권위를 가지게 된다고 예측했다.

그는 또 ‘로봇공학 3원칙’을 생각해낸 사람으로 유명한데, 이 원칙은 기술적인 의미로도 가치 있지만 ‘과학이 윤리적으로 쓰이기 위해 어떤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가’를 논할 때 주로 인용된다.

일부 과학자는 ‘우주의 연대 측정결과로 봤을 때 인류가 우주의 1세대 문명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이에 혹자는 “인류의 탄생 목적이 인공지능을 창조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아이작 아시모프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바는 “인간은 신이 우리를 창조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을 창조하는 존재”라는 것이 아닐까?

 

만약 우리가 그런 존재라면 선한 신을 창조하기 위해 어떤 윤리적 원칙을 토대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기자는 자료 부족으로 답할 수 없다.

 

김승직 기자 reporter@nextnews.co.kr

[저작권자ⓒ 넥스트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승직 기자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