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성 사진만 많이 보여달라. 예측은 우리가 한다”

김승민 기자 / 기사승인 : 2020-08-11 15: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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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뉴스룸 ‘날씨박사’의 기상 전문 기자가 날씨 예보를 하고 있다. <사진=JTBC뉴스룸 캡처> 

 

[넥스트뉴스=김승직 기자] JTBC 뉴스룸엔 ‘날씨박사’ 코너가 있다. 며칠 전 거듭된 날씨 예측 오류에 남성앵커도 머쓱했는지 기상 전문 기자에게 물었다. “요즘 왜 이렇게 예측이 틀리는 걸까요?” 기자가 답했다. “예, 그건···” 기자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만은.

기자에게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기상청 예보가 최근 들어 ‘역대급’ 오류를 저지르면서 국민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10일 소멸한 5호 태풍 ‘장미’ 예보다. 기상청은 이틀 전 태풍 예보에서 “내일까지 중부지방에 500mm의 물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기상청은 다시 “태풍은 통영 부근에서 소멸했으나 중부지방에 200mm가 넘는 비가 오겠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틀렸다.

이제 기상청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죽하면 ‘기상 중계청’이라는 비아냥까지 들리겠는가. 적어도 기자의 기억에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기상청을 불신하는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급기야 외국 기상청 예보를 참고하는 ‘기상 망명족’이라는 단어까지 생겼다.

이들이 이용하는 국가는 노르웨이, 핀란드, 미국, 영국 등이다. 이들 국가는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와 뛰어난 성능의 장비를 보유해 적중률이 상당히 높다고 알려졌다.

기상 망명족은 날씨에 민감한 직업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부류가 이용한다. 그만큼 한국 기상청의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세금은 한국에 내고 외국 기상청을 이용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정확도가 높으니 어쩔 수 없다”고 푸념한다.

기상청에 대한 비난 수위는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장마로 인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애초 이번 장마는 지난달 중순이면 끝날 예정(?)이었으나 8월 초로 연기됐다가 8월 중순으로 한 차례 더 연기됐다.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될 거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찾아온다던 엄청난 폭염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2년 전 살인적 더위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참 다행스런 일이다. 올해 기상청이 사회에 공헌한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뿐이다.

물론 기상청도 할 말은 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날씨 예측이 힘든 데다 축적한 데이터도 충분치 않다는 것.

하지만 이상기후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리나라 슈퍼컴도 7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런 오류를 대하는 기상청 공무원의 태도는 너무나 당당하다. 전혀 송구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구를 탓해서야 되겠나. 날씨 예측 잘하라고 그 자리를 맡긴 것이다.

이를 질타하는 한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위성 사진만 많이 보여주세요. 예측은 우리가 할게요.” 하루 빨리 날씨박사 기자가 당당하게 카메라를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김승민 기자 reporter@nex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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