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성범죄 어떻게 근절해야?…“디지털 성범죄 대책 시급”

김승직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6 15: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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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5년 새 5.8배 늘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처벌 강화해 경각심 키워야”
▲ <사진=셔터스톡>

 

[넥스트뉴스=김승직 기자] 최근 한국의 범죄 발생 건수는 해마다 감소세지만 성폭력 범죄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가 급격히 늘어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3368건으로 2008년(4463건) 대비 24.5% 감소했지만 성폭력 발생 건수는 10만명당 62.2건으로 2008년(30.8건)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또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9년 성범죄분석’에 따르면 2018년 총 3만2104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가 발간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2013년 412건에 불과했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발생 건수가 2018년(2388건) 5.8배 늘었다. 또 해당 범죄의 재범비율은 75.0%로 성범죄 유형 중 가장 높다.

이에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2월 ‘n번방 사건’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성범죄 예방책 마련도 시급해졌다.

앞서 ‘리벤지 포르노’ 등의 디지털 성범죄는 2016년부터 문제시됐다. 하지만 불법촬영 및 배포 등으로 실형을 사는 피의자가 적어 우리 사회가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성범죄는 불법촬영에서 끝나지 않고 영상이 유포되는 등 피해자의 고통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는 지능화·조직화하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에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국의 불법촬영 및 배포에 대한 처벌 기준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하지만 실제로 징역형을 받는 피의자가 적어 범죄 예방 효과가 작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공개한 ‘2018년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피의자 현황’에 따르면 검찰은 피의자 4948명 중 2561명(51.8%)을 불기소했다.

또 이 기소율은 범행장소·범행도구·범행대상 등에 따른 경중에도 큰 차이가 없으며 촬영물이 성관계 영상이거나 나체인 경우에도 불기소가 많았다.

이밖에 영구삭제가 어려운 불법 포르노 사이트(20.5%), 웹하드·토렌트(13.3%) 등에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도 기소율이 높지 않았다.

윤 연구위원은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를 특정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며 “혐의가 성폭력이 아닌 ‘사이버음란물 유포죄’로 넘어가 1년 이하의 징역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 유형은 점점 다양해지는데 관련 법 개정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최근 디지털 성범죄처벌 비중에서 벌금형이 줄고 징역·집행유예 비중이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징역형 비율이 여전히 10%대에 머무는 등 처벌이 경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는 물리적 접촉이 없다고 해도 피해자에 성적 수치심을 주는 인격침해 범죄”라며 “디지털 성범죄처벌을 강화해 범죄자에 경각심을 느끼게 하고 피해자 보호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4월 성폭력 처벌강화를 골자로 한 형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미성년자의제강간 연령을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하고 실제 범행에 이르지 않고 성범죄를 준비·모의하기만 한 경우도 처벌한다.

또 피해자가 자신을 직접 촬영한 촬영물이어도 이를 유포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며 촬영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이런 범행 등을 준비·모의하기만 한 경우도 처벌한다.

이밖에도 대검찰청은 같은 달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수립했다.

이 대책은 ▲ 온라인 그루밍 처벌조항 신설 ▲ 디지털 성범죄 탐지·적발을 위한 잠입 수사 도입 ▲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죄 신설 ▲ 인터넷 사업자 책임 강화와 위반 시 징벌적 과징금제 도입 ▲ 범죄수익 환수 강화를 위한 독립몰수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의 명칭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변경하고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 연구위원은 “관련 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해야 하며 강화된 처벌이 실제 사건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 정의규정을 신설해 강화된 처벌 내용과 피해자 보호·지원 방안 등을 확실히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4월 영국은 불법촬영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관련 범죄를 저지르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으며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목록에 올라간다.

또 인도네시아에선 타인의 의사에 반해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는 경우 ‘포르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 관련 범죄를 저지르면 6개월 이상 1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5000만루피아(2050만원) 이상 60억루피아(4억9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성적인 불법 촬영물을 제작할 시 징역 2년 및 벌금 6만유로(7800만원)를 처할 수 있다. 촬영 대상이 15세 이하의 청소년일 경우 징역 5년 및 벌금 7만5000유로(9600만원)로 처벌이 강화된다.

 

김승직 기자 reporter@nex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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