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자] <위저드 베이커리> 우리는 이미 희망을 품고 있다는 깨달음

김승직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5 15: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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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뉴스=김승직 기자] 오늘은 마법으로 한 청소년의 아픔을 치유하는 소설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다.

주인공인 소년은 말더듬이다. 소년은 아버지와 의붓어머니, 배다른 여동생인 무희와 함께 산다. 친어머니는 소년이 어릴적 자살했다.

의붓어머니 배 선생은 소년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자신을 가정부처럼 대하는 남편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기엔 자신에 살갑지 않은 소년의 태도도 한몫했다.

이에 소년은 배 선생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집 근처 빵집에서 산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자기 방 안에만 틀어박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세탁기를 돌리려다가 무희의 속옷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한다. 당시 무희는 8살이었고 생리할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소년은 무희가 성폭행을 당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마침 지나가던 배 선생 역시 무희의 속옷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범인을 찾아 나선다.

무희는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으로 학원 강사를 지목한다. 하지만 학원 강사가 이를 극구 부인하면서 배 선생과 강사 사이에 고소전이 벌어진다.

뜻밖에 이 과정에서 무희가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다. 이에 화가 난 배 선생은 무희를 체벌하며 범인이 누구냐고 다그친다. 무희는 이를 지켜보던 소년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소년은 자신에 달려드는 배 선생을 피해 집 밖으로 도망친다.

소년은 자주 들르던 빵집으로 뛰어가 자신을 숨겨달라고 한다. 빵집 주인은 소년이 단골인 것을 떠올리며 오븐 안에 숨으라고 한다.

놀랍게도 오븐은 어떤 방으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또 그 방에 있는 물건은 마치 마법사가 사용하는 도구 같았다. 평범한 빵집인 줄 알았던 제과점이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빵’을 만드는 ‘위저드 베이커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소년을 숨겨준 빵집 주인은 마법사였던 것이다.

소년이 가족에게서 도망친 상황이라는 것을 눈치챈 마법사는 소년을 숨겨주는 대신 빵집 홈페이지 관리를 맡긴다.

이 빵집엔 마법사 외에도 종업원인 ‘파랑새’가 있다. 파랑새는 예전에 마법사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후 감사의 의미로 그의 일을 돕고 있다. 

 

▲ 위저드 베이커리 표지 <사진=리디북스>


파랑새와 친해진 소년은 ‘위저드 베이커리’의 일을 배운다. 이 베이커리에 방문하는 손님은 대부분 마법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다. 소년은 그들을 응대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아픔과 욕망을 본다.

그러던 어느날 한 손님의 컴플레인으로 문제가 커져 경찰이 빵집에 찾아오면서 마법사는 가게를 정리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손님이 구매했던 제품은 ‘악마의 시나몬 쿠키’였다. 이 쿠키는 뇌 신경세포를 교란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먹은 사람은 두 시간가량 무슨 일을 해도 실수를 하게 된다.

손님은 평소 친하게 굴면서도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는 친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이 쿠기를 구매했다. 하지만 친구가 쿠키 때문에 시험을 망치고 자살해버리자 손님은 죄책감에 마법사를 찾아온 것이다.

죄책감에 악몽에 시달리던 손님은 마법사에 이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마법사는 이 문제의 책임은 그쪽에 있으니 스스로 감내하라며 그녀를 문전박대한다.

이에 앙심을 품은 손님은 포털 사이트에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악평을 남겼고 빵집 홈페이지에도 비난 글이 폭주했다.

또 누군가가 경찰에 ‘위저드 베이커리가 불법 약물을 사용했다’고 신고해 경찰이 증거수집을 위해 빵집에 찾아온 것이다.

마법사는 빵을 수거하려는 경찰을 마법으로 멈춰 세우고 소년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러면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머랭 쿠키 ‘타임 리와인더’를 소년에 건넨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아버지가 무희를 성폭행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때마침 집에 돌아온 배 선생도 이를 목격하고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온갖 물건을 집어 던지며 분노했다. 

이에 그치지 않은 배 선생은 소년이 범죄에 가담했을 거라 짐작해 눈썹 칼로 그를 죽이려고 한다.

이 소설의 결말은 Y의 경우와 N의 경우로 나뉜다. 마치 게임처럼 선택지에 따라 결말이 갈리는 것이다. 이 선택지는 앞서 소년이 건네받은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하느냐와 그렇지않느냐의 차이다.

이를 사용한 Y의 경우에서 소년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의 재혼을 막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년이 원래의 나이가 됐을 때 위저드 베이커리 앞에 서 있는 파랑새와 재회한다.


N의 경우에서 소년의 아버지는 감옥에 간다. 이후 소년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레스토랑 웨이터로 일한다. 

 

그러던 어느날 소년은 한 손님이 건넨 판촉 빵조각을 맛보고 이 빵이 위저드 베이커리 것임을 깨닫는다. 이에 소년은 레스토랑 매니저에 양해를 구하고 위저드 베이커리로 달려간다.


▲ 구병모 작가 <사진=구글이미지>

 

위저드 베이커리는 2007년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구 작가는 “힘든 청소년기를 버티며 통과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힘든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단절해버리는 청소년이 있는데 자신의 시간을 유지하는 것의 가치를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소설의 큰 축은 ‘버팀’이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마치 얇은 기둥을 다른 버팀목이 보강하는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 이 버팀목은 소년이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얻는 깨달음이다.

작중 마법사는 소년을 홀대하면서도 그를 위해 여러 조언을 해준다.

소년은 이 조언을 통해 누구에게나 삶의 문제가 있고 모두 비슷한 문제로 아픔을 느낀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만 이 문제와 아픔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마법 빵’ 같이 쉬운 수단에만 의존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마법으로 낭패를 본 건 마법사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객사한 노숙자를 되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노숙자는 자신을 망하게 한 동업자와 전 아내, 두 딸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그가 죽인 딸들은 마법사가 애틋하게 여기던 단골손님이었다.

또 소년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마법의 힘을 빌렸다가 오히려 화를 입는 경우 등을 보고 욕망과 감정 또 그로 인한 폭력의 고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실제로 작중에선 좋아하는 남자와 사귀기 위해 ‘사랑에 빠지는 빵’을 산 손님이 스토커로 돌변한 남자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다만 <위저드 베이커리>는 제목과 달리 소년의 문제가 마법으로 해소되진 않는다. Y의 경우에서 소년은 자살한 어머니로 인한 트라우마를 여전히 갖고 있다. N의 경우에서 소년은 계속 말을 더듬으며 혼자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구 작가는 이와 관련해 “극한의 절망을 견디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희망은 광야를 헤매다 극적으로 만나는 빛이 아닌 절망의 무게에 깔려 죽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의 의미를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마법’이 아닌 ‘절망을 견디는 현실’에 둬야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마법은 여타 작품과는 달리 소년의 현실을 극적으로 바꿔주지는 않는다. 독자의 현실 역시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건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이미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김승직 기자 reporter@nex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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