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편의점 알바로 월 288만원’···그들이 바라는 세상은?

김인환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5 16:33:3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개회가 시작됐다. 늘 그랬듯 올해도 사전 기싸움이 치열하다. 삭감 또는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 측과 지난해 축소된 인상률을 보상받으려는 노동자 측.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의 통 큰 주장이 눈길을 끈다. 내년엔 최저시급을 1만770원은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이를 우리나라 법정 최대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계산하면 한 주에 약 56만원, 이를 다시 월 4.3주로 계산하면 월급이 240만원가량 된다. 여기에 주휴수당 20%를 더하면 288만원이 된다.

편의점에서 주 5일, 52시간을 근무하면 어떤 알바생이든 월 288만원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민노총의 주장이 관철될 확률은 없다. 협상에 앞서 ‘일단 지르고 보자’는 뜻일 것이다.

이렇듯 ‘시급 1만원’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편을 갈라 싸웠다. 그 싸움 와중에 사회적 약자인 소상공인도 어느샌가 대기업과 도매금으로 묶여 투쟁의 대상이 돼버렸다.

이런 자영업자들은 전국에 5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민노총이 대변한다는 400만명의 저임금 근로자보다 많다. 하지만 이들은 발붙일 곳도, 이들을 대변해 주는 곳도 없다. 사실상의 소외계층이다.

그렇다고 최저임금법에 갇혀 임금인상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강성노조의 주장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사정이 어려운 건 알지만 이럴 때일수록 임금을 올려 저임금자들의 소득을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로나19 긴급지원금을 대출받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새벽부터 신용보증재단에 줄지어 섰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임금이 오르면 –이미 증명됐듯- 저임금자는 더욱 일 할 곳이 없어진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 없으면 망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자영업자 역시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피 끓게 외친다. ‘같이 좀 살자’고.

수많은 알바는 오늘도 “능력 없으면 접으라”며 소상공인들을 비아냥거린다. 만일 그런 알바들에게 “좋은 회사 취직할 능력 없으면 밥숟가락 놓으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수십년 전 극한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던 전태일 열사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지금 노조는 오히려 귀족이 됐고 거꾸로 기업에 갑질하는 시대가 됐다.

한 자동차회사 노조는 지난해 3000억원의 적자를 낸 회사를 상대로 2000만원의 성과급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 어떤 외국계 회사는 한국 사업장에 "세계에서 생산성이 가장 낮다"며 일감을 줄여 경영난에 처했는데 그 회사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명분으로 움직여야 한다. 내부 구성원과 국민의 동의도 받지 못하는 노조는 그냥 이익집단일 뿐이다.

일부 노동자들은 또 이런 말을 한다. “재벌 회장 연봉이 수백억이다. 노동자 쥐어짜 부자들 배 불리는 셈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1000조원이다. 그 돈 풀어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게 하면 안 되는가.”

재벌과 대기업을 비난하는 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이건 알고 가자. 사내유보금은 무슨 금고나 은행에 고이 모셔놓은 돈이 아니다.

사내유보금 중 단지 20%만 현금으로 보유해도 ‘알찬 기업’ 소릴 듣는다. 대부분은 투자를 통해 시중에 돌아다닌다. 또 어찌해서 그 돈을 회수한다고 하는 날엔 은행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또 만일 자산을 팔거나 돈을 회수해 현금을 마련했다 치자. 강성노조는 성과급을 달라며 판을 벌일 것이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

어찌 됐든 그런 투쟁의 선상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좀 빼주자.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제2장 제4조 1항에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을 어기라는 것이 아닌, 있는 법을 활용해 업종별, 지역별로 시급을 차등 적용하자는 말이다. 그래야 그들도 숨을 쉴 수 있다. 언제까지 국가 세금을 쏟아부을 작정인가.

현재 자영업 과포화 상태는 그들이 이른바 ‘사장질’을 원했기 때문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우리 사회의 기형적 산업구조 때문이며 자영업자 또한 노동자다.

세상은 함께 살길 원한다. 노조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김인환 기자 director@nextnews.co.kr

[저작권자ⓒ 넥스트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인환 기자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