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뉴스 인터뷰] <여성 직업인을 만나다> ‘게임 스트리머’ 자빱 ②

김혜민 기자 / 기사승인 : 2020-08-14 17:32:2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만큼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만날수 있다.
이들의 일은 어떤지 궁금했다. 여러 여성 직업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일을 소개한다.

[넥스트뉴스=김혜민 기자]  1편에 이어

자빱 씨는 방송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였다. 처음 스트리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했다.

“대학생 때 잠깐 스트리머를 한 적이 있어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그만뒀다가 제대로 해보려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너무 사소한가요? 하지만 전 제 일이 좋아요. 제가 예전에 뷰티 블로그를 운영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글을 쓰고 댓글로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블로그를 관두고도 막연히 비슷한 일을 하겠구나 생각했죠. 방송도 컨텐츠를 기획하고 시청자분들과 계속 소통해야 하니 결이 비슷하잖아요. 힘들다가도 막상 쉬면 ‘빨리 방송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청자가 자빱 씨를 부르는 호칭은 ‘빱아’ 혹은 ‘빱(댁)’이다. 편하게 반말을 하고 자빱 씨 역시 시청자에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쓴다. 허물없는 모습이 독특했다. 자빱 씨는 <우정리 노트> 전부터 시청자 참여형 게임을 여러 차례 진행했는데 그런 경험이 시청자와 관계를 편하게 만든 것인지 물었다.
 

▲서로 반말을 하는 자빱 씨와 시청자 <사진=자빱TV 갈무리>

 

“제가 노린 거예요. 처음에는 서로 존댓말을 썼어요. 그러다 우연히 다른 스트리머 방송을 봤는데 시청자한테 ‘야, 너’ 하더라고요. 시청자도 스트리머에게 ‘형’이라고 부르면서 반말을 하고요. 그렇게까지 막 대하는 사이는 아니어도 저도 시청자와 편하게 지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죠. 톺아보니 여자 스트리머가 시청자와 반말을 하는 경우가 남자 스트리머에 비해 훨씬 적더라고요. 그래서 슬쩍 반말을 섞기 시작했고 그런 클립만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렸어요. 시청자분들은 스트리머가 즐거워하는 포인트를 금세 알아채거든요.”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스태프 역시 처음엔 자빱 씨의 시청자였다.


“전 예나 지금이나 제 시청자들이 진짜 재밌다고 생각해요. 후원도 웃긴 내용으로 많이 들어오고요. 그런 관종(관심종자의 줄임말,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 시청자의 후원을 유튜브에 클립으로 박제했어요. 시청자가 개그 욕심을 부리게 한 거죠. 스태프님들을 모집할 때도 재밌는 분이 있을 걸 알고 모집글을 올렸어요.”

자빱 씨의 대답에선 시청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시청자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감사하죠. 제 방송이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해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방송 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 시간을 저한테 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그래서 방송에서는 되도록 밝은 모습만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다들 지쳐있을 시간이잖아요. 초기에는 방송이 끝나면 올라온 채팅을 전부 다시 읽었어요. 어떤 얘기가 오갔나 맥락만 파악하는 거 말고 어떤 분이 무슨 말을 했고 이 분이 추천해 준 게임은 뭐고 이런 식으로요. 꾸준히 제 방송을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건데 그때부터 시청자분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자빱 씨가 방송을 처음 시작한 곳은 PC방이었다.

“PC방에서 방송을 하다가 컴퓨터를 장만하고 마이크도 샀어요. 시청자분들이 제 방송을 좋아해 주셔서 가능했죠. 초기엔 서러운 일도 많았어요. PC방이니까 다른 사람 목소리가 다 들리잖아요. 옆자리 남자들이 게임 하면서 무슨 년, 무슨 년 하길래 저도 못하는 남자 플레이어를 욕했어요. 그런데 저한테만 항의가 들어오더라고요. 쫓아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설움은 없지만 장비를 갖춘 다음부터 방송의 방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PC방에서 못하는 플레이어를 지적하는 모습이 시원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빱 씨는 그게 생산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게임에서 여자라고 플레이어에게 심한 말을 하는 남자는 정말 많잖아요. 제가 싸운다 한들 변하는 게 있나 싶더라고요. 똑같이 욕을 해도 모니터 너머의 그 사람 생활에는 아무 타격도 없잖아요. 그래서 방송 방향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정리 노트>가 답이 돼 줬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우정리 노트>에 배어있는 저와 스태프님들의 무의식을 좋아하셨잖아요.

왜 그런가 생각을 해 봤는데 비혼 여성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인 것 같아요. 비혼 여성이 나중에 어떻게 살까,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잖아요. 미디어에서는 서른이 넘어서 혼자 사는 여자는  ‘노처녀’라고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문제 있어서 못 한 사람 취급하고요.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몇 명이 모이든 아무 일 없고 그냥 재밌게 잘 산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여자끼리 모여 잘 먹고 잘 노는 모습이요. 남자랑 싸우는 것보다 그냥 여자들끼리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훨씬 건강하잖아요.”

자빱 씨는 <우정리 노트> 반응을 보고 이후 방영한 <빱라임씬 1,2>, <여걸7>, <토깽뎐>에는 신경을 더 썼다고 했다.

▲<빱라임씬1 - P&C 로펌 살인사건>의 변호사 능구렁 <사진=자빱TV 갈무리>
▲경비원 김복수 <사진=자빱TV 갈무리>

“제가 추리 예능을 좋아해서 <빱라임씬>은 <바니시티> 때부터 기획해뒀어요. 하지만 이때부터는 시청자분들이 좋아했던 요소를 많이 고려했습니다. 뱀 캐릭터나 경비원 같은 직업이요. <토깽뎐>에 나오는 춘화집은 내부적으로 논의가 많았어요. 꼭 필요한 장면이라 뺄 수는 없는데 벗은 남자 그림을 넣을 수도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여자를 넣는 건 더 안될 일이고요. 그래서 형태만 그린 걸 모자이크로 덮고 제가 ‘너무 야하다’고 호들갑을 떨었죠.”

새로운 컨텐츠 얘기가 나오니 묻고 싶은 게 많아졌다. 우선 스태프 2팀을 뽑은 이유와 <여걸7>을 녹화방송으로 진행한 이유가 궁금했다.

“2팀은 <빱라임씬>을 위해서 뽑았어요. 저도 1팀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해야 하니. 다른 스태프님들이 필요했죠. <여걸7>을 녹화방송으로 진행한 이유는 간단해요. 카메라 시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1인칭으로 방송을 진행하면 다른 캐릭터에 이입하게 되잖아요. 정말 TV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카메라만 5대가 있었어요. 편집자님이 무척 고생하셨죠.”

자빱 씨는 스태프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편집자님은 항상 제가 부탁한 것 이상을 해 오세요.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인데 잘 해주셔서 감사하죠. 이번에 사업자 등록도 했어요. 편집자님들을 정직원으로 고용하고 싶어서요. 컨텐츠에 돈 많이 쓴 거 맞냐, 돈값 못한다는 비난도 있었거든요. 그건 저뿐만 아니라 같이 노력한 스태프, 편집자님들의 노력까지 깎아내리는 말이라 속상했죠.

제가 예전에는 지금만큼 챙겨드리지 못해서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스태프님들은 항상 절 챙겨주거든요. 그런데 저는 주변 살피는 걸 못해요. 딱 하나만 하는 사람이거든요. 방송에 신경을 쏟아붓느라 해주시는 만큼 돌려주질 못해요. 그래서 늘 미안하고요.”

▲<토깽뎐> 중 무릉도원 맵 <사진=자빱TV 갈무리>
▲옥황상제 역시 여성이다. <사진=자빱TV 갈무리>
▲<여걸7>중 놀이공원 맵 <사진=자빱TV 갈무리>

 

하지만 스태프들의 아웃풋은  절대 애정없인 나올 수 없는 수준이다. 자빱 씨는 방송을 한 이후 처음으로 인복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말을 이었다.

“매니저, 스태프, 편집자 그리고 시청자까지 다 너무 좋은 분들이에요. 스태프님들께 죄송한 게 있어요. 만나서 회식한 적이 없거든요. 제가 얼굴 공개를 안 해서 디스코드(통화 및 화면 공유가 가능한 프로그램)로 각자 먹고 싶은 거 시켜서 제가 음식값을 따로 드리는 식으로만 했어요. 올해 안에 구독자 10만 명이 되면 풀빌라로 여행 가자고 했는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문득 시청자가 ‘우정리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었던 게 생각났다. 그때 자빱 씨는 ‘이렇게 대답하면 서운하겠지만 방송 할 땐 진행에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다’고 대답했다. 똑같이 생방송 형식인 <빱라임씬 1,2>를 끝내고 <토깽뎐>을 진행 중인 지금도 마찬가지인지 물었다.

“네. 똑같아요. 스토리 진행하고 오류가 있으면 스태프님들께 연락하고 채팅 읽느라 정신이 없어요. 오히려 끝나고 팬카페에 올라오는 후기와 팬아트를 보면서 행복과 보람을 느낍니다. 그때가 가장 즐거운 순간이에요. 그러니 너무 서운해 마시고 프로그램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자빱 씨는 며칠 전 방송에서 ‘스트리머가 되면 필연적으로 이별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어떤 이유로든 떠나는 시청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청자에게 굉장히 애틋하다고 말하자 자빱 씨는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방송 초기에 새벽을 같이 보내주던 분들이 아직도 생각나요. 각별한 마음이 있죠. <우정리 노트>도 시청자 입소문으로 그만큼 인기를 얻은 거예요. 사비를 털어 PC방에서 방송하다가 원하던 컨텐츠를 만들고 여성 단체에 기부도 할 수 있었던 건 다 시청자 덕분입니다. 방송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는데 그때 제 곁에 있어 준 것도 고맙고요. <우정리 노트>로 유입된 시청자분들에게도 감사해요. 제 컨텐츠를 좋아해 준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혹시 아직 구독자가 아닌데 이 기사를 보는 분이 계시면 유튜브 ‘자빱TV’ 구독과 좋아요로 시청자가 돼 주세요!” 

 

▲예능 형식을 차용한 녹화방송 <여걸7> <사진=자빱TV 갈무리>


자빱 씨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지만 오래된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까이서 본 자빱 씨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스태프는 자빱 씨와 함께하지 않았을 거고 컨텐츠에 그만큼 공을 들이지도 않을 거다.

스태프들에게도 미리 질문을 드렸다. 분명히 방송에서 드러나지 않았고 시청자들은 모르고 지나갔을 디테일이 있을 것 같았고 자빱 씨의 어떤 점을 신뢰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1팀 스태프는 "어떤 부분을 딱 집을수는 없고 그냥 자빱이라는 사람을 오래 봐오니 자연스레 신뢰하게 됐습니다. 볼수록 생각이 깊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요. 자빱 님의 방송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그림 혹은 글) 중에 '자빱 방송보면 다 잘 되고 잘 풀린다'는 게 있어요. 제가 그 간증인입니다. 자빱 님의 스태프로 일하면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함께 일한다는 것도 기뻐요."라고 대답했다.

 

<빱라임씬>을 담당한 2팀 스태프는 디테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빱라임씬> 1편에선 서류들이 나오잖아요. 그걸 제대로 만들고 싶어서 실제 서류를 바탕으로 제작했어요. <빱라임씬> 2편은 배경이 흉가잖아요. 처음 맵을 만들었을 때 자빱 님이 흉가 내부가 너무 깨끗하다고 하셔서 다른 분이 분위기와 디테일을 위해 근처 폐가를 다녀오시기도 했어요."

 

2팀의 다른 스태프는 "우리가 자빱 님을 좋아하는 만큼 자빱 님도 스태프들과 시청자분들을 아끼는 걸 알고 있어요. 스태프들도 시청자니 상호 간 아끼는 마음을 바탕으로 신뢰를 다지고 있어요. 컨텐츠 회의 때도 자빱 님의 의견을 많이 냅니다. 컨텐츠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니 덩달아 열심히 하게 돼요. 시청자의 취향도 잘 파악하고 계셔서 제작할 때 큰 의지가 되죠"라고 답했다.


자빱 씨와 자빱 씨의 컨텐츠가 수많은 여성에게 자극이 됐고 숨 고를 시간을 줬다. 개인 방송이라는 한정된 플랫폼에서 독자적인 컨텐츠를 선보이는 자빱 씨의 채널에는 ‘TV’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10년 뒤의 자빱 씨는 어떤 모습일 것 같냐고 묻자 “뭘 할진 모르겠지만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을 것 같아요. 지금도 하고 싶은 컨텐츠는 많은데 손이 부족하거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왠지 모를 안정감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창작물이 있고 그걸 만드는 사람이 일을 사랑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보기 불편한 언사로 범벅된 TV 프로그램에 지쳤다면 ‘자빱TV’로 눈을 돌려보라. 안 맞으면 어떡하냐고? 장담컨대, 당신도 기자처럼 ‘자빱TV’의 프로그램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김혜민 기자 enam.here@gmail.com 

[저작권자ⓒ 넥스트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혜민 기자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