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뉴스 인터뷰] <여성 직업인을 만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내화

김혜민 기자 / 기사승인 : 2020-07-29 18: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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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내부 디자인 조감도 <사진=본인 제공>

 

[넥스트뉴스=김혜민 기자] 잘 정돈된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다른 것에선 얻기 힘든 감정이다. 사람들이 디자인 좋은 카페와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가는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해야 할 일은 잠시 내려두고 온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순간 말이다.

기자가 만난 이내화 씨는 올해로 설계 3년 차인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내화 씨가 주로 담당하는 일은 리빙·잡화 프랜차이즈. 어떻게 처음 인테리어 일을 시작했는지 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집안에 경제적인 도움이 돼야 했어요. 그래서 전공을 살려 취직했습니다. 이유가 거창하진 않죠? 그래도 지금은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어요. 주로 리빙·잡화 프랜차이즈를 맡고 종종 여성복 브랜드 보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내화 씨는 설계와 디자인을 함께 한다. 당연히 현장에 나갈 일도 많을 텐데 체력적인 부담은 없는지 물었다. 내화 씨는 착공부터 준공까지 현장출근 하는 경우를 꼽았다.

“평수가 넓거나 현장이 복잡하면 공사 기간 내내 현장으로 출근하기도 해요. 전 설계팀이라 신체적으로 힘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출퇴근 루틴이 깨지고 현장 사무실은 완전히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소음과 먼지에 시달려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칩니다.”

중간에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지 궁금했다. 내화 씨는 일을 쉰 적은 있지만 다른 일을 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교수님 회사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입사 동기 중 제가 실력이 제일 부족하더라고요. 아이디어는 많지만 그걸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어요. 설계 역시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제 실력이 부족하니까 맡는 업무가 한정적이었어요. 스트레스가 심해서 1년을 못 채우고 퇴사했습니다. 그 뒤로 1년 정도 쉬면서 툴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새로 준비해서 다시 설계 일을 시작했어요.”


내화 씨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시작한 일도 아니고 아직 3년 차 햇병아리라며 민망해했다. 하지만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능력을 키우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호텔 화장실 조감도 <사진=본인 제공>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내화 씨는 다시 설계일을 시작한 뒤 오롯이 혼자 시안을 진행한 요가학원 이야기를 들려줬다. 클라이언트가 내화 씨에게 고맙다고 얘기했을 때 ‘다시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답변에서는 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물론 힘들 때도 많아요. 브랜드 설계의 경우 입점 지점과 협의가 필요해서 조율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는데 그게 가장 어렵습니다. 브랜드 측에서 요구하는 것과 지점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극이 클 때가 있는데 양쪽이 만족할 만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빨리 제안해야 하거든요.”

수정은 없냐고 묻자 설계 역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거나 시안이 확정돼서 발주가 다 나갔는데 수정을 요청할 때 정말 바빠져요. 물론 추가로 비용을 청구하지만, 오픈 일정은 그대로잖아요. 그렇다고 대충 처리할 순 없으니 다른 일정과 조율하는 게 힘들어요. 체력적인 부분이 필요한 건 현장에 나갈 때보다도 이렇게 일정이 서로 물릴 때 같아요.”

기자도 최근 이사를 하면서 방 구조를 바꿨다. 책장으로 침대와 책상을 분리했는데 일하던 도중 쉬고 싶단 생각도 덜하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 훨씬 쾌적했다. 공간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설계·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취직하고 나서 후회를 많이 했어요. 선배나 교수님들한테 많이 물어보고 고민도 더 해 볼걸, 하고요. 그리고 프로그램 다루는 능력이 정말 중요해요. 앞서 말했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구현하지 못할 때만큼 답답한 일이 없어요. 저는 정말 집순이인데 디자인 분야 자체가 트렌드가 굉장히 빨리 바뀌잖아요.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해선 원하는 정보를 다 얻을 수가 없어요. 디자인 페어나 자재박람회 등 관련 행사를 다니며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내화 씨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된 박람회가 많아 아쉽다고 했다. 전공을 살리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자재와 트렌드를 파악하려 다니는 건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집순이에겐 사람 많고 번잡한 박람회를 다녀오는 건 정말 기력을 많이 뺏기는 일이다.

“지금은 브랜드 인테리어를 하고 있지만 언젠간 꼭 주거공간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요. 사는 사람의 생활을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가족과 살 집도 인테리어 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인터뷰를 통해 감각이 필요한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을 많이 만났다. 기자는 막연히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은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만난 사람은 모두 꾸준히 노력하며 해당 분야에서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인터뷰 전 내화 씨는 본인의 인터뷰가 인테리어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걱정했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역시 현직에 종사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시작하게 된 이유가 뭔지, 어떻게 버텼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인터뷰가 참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맹목적인 열정을 갖고 일에 뛰어드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니까.

내화 씨가 만들어 낼 주거공간이 궁금했다. 안식처라는 이름이 꼭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큰 목표의식을 갖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어느새 설계·인테리어 일에 자연스레 녹아든 내화 씨처럼 말이다.

 

김혜민 기자 enam.he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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