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뉴스 인터뷰] <여성 직업인을 만나다> ‘3D 디자이너’ 이희수

김혜민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5 19: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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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만큼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만날수 있다.
이들의 일은 어떤지 궁금했다. 여러 여성 직업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일을 소개한다.
▲3D 디자이너 이희수 씨 <사진 = 본인 제공>

 

[넥스트뉴스=김혜민 기자] 애플 역사상 최고의 광고라 불린 아이폰7 광고영상 ‘Don’t Blink’를 기억하시는지.  애플 제품이라곤 패드 하나뿐이고 그마저도 갖고 있다는 걸 잊을 정도로 잘 사용하지 않는 기자에게 생애 처음 아이폰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광고였다.

긴박한 음악과 쉴 새 없이 바뀌는 화면으로 시선을 잡아뒀다가 제품 소개 장면에선 이내 느릿한 구성으로 이어지는. 3D로 구현된 제품이 더 매끈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만난 이희수 씨는 자신을 3D 제너럴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제너럴리스트’가 뭐냐고 묻자 희수 씨는 “올라운더라고 보시면 돼요”하고 웃었다.

3D 영상이 완성되기까진 여러 단계를 거친다. 프로그램으로 형태를 구현하는 모델링, 조명을 포함한 빛을 넣는 라이팅, 해당 결과물을 내는 렌더링, 이후 모션과 합성 작업인 컴포지팅, 이후 특수효과 작업까지.

희수 씨는 “한 가지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도 있고, 저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작업하는 제너럴리스트도 있어요. 전 벌써 제너럴리스트로 3년 차네요”라고 말했다.

희수 씨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3D 디자이너다. 보통 3D, CG하면 영화 후반 작업이나 특수효과를 많이 떠올리는데 광고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이 자동차 디자이너셨어요. 수업 때 자동차 드로잉 시간도 있었고 과제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모터쇼가 열리면 두 번씩 보러 가고 해외여행을 가면 자동차 박물관만 찾아다녔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트랜스포머’를 보며 자동차 CG를 하고 싶단 생각을 했고요. 광고회사를 택한 이유도 자동차 광고가 꼭 해보고 싶어서예요.”
 

▲희수 씨의 개인 작업 '트랜스포머' <사진=본인 제공>


희수 씨는 개인적으로 작업한 ‘트랜스포머’를 보여줬다. 기자도 3D 프로그램을 몇 개 배웠지만 사실적인 렌더링과 텍스처, 라이팅 작업은 무척 힘들었다. 당연히 작업시간도 오래 걸린다. 희수 씨는 “시간을 들일수록 퀄리티가 좋아지잖아요”하고 대답했다.

“충분한 퀄리티를 내기 위해선 당연히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광고회사인 만큼 일정이 빠듯하거나 예상치 못한 수정이 있으니 야근을 할 때도 생깁니다. 디자인이나 영상 계통이 그렇듯 야근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있지만 요새는 업계 전반에서 작업자도 회사도 건강한 근무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3D는 아직까지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희수 씨도 산업디자인 전공이니 3D 프로그램을 배우려고 따로 학원을 다녔을텐데 어떤지 묻자  “접근이 힘들다는 점이 장점”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희수 씨 역시 프로그램을 배우고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을 썼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 만큼 더 매력적이에요. 최소 6개월 이상은 하루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공부하는 데 써야 해요. 끈기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분야인 것도 장점입니다. 학력이나 전공과 무관하게 실력으로 평가받는 직업이잖아요.”

 

▲희수 씨가 참여한 S-OIL 광고 <사진=본인 제공>

하지만 3D 업계는 절대 살아남기 쉬운 곳이 아니다. 희수 씨의 학원 동기 중 지금까지 3D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매년 새로워지는 기능, 툴, 작업방식은 물론 감각도 좋아야 하죠. 그래야 인정받을 수 있고 더 좋은 환경에서 일 할 수 있어요. 배움에 끝이 없다는 것도 3D의 매력이에요.”

끊임없는 배움이 필요하다는 게 직업의 장점이라니, 희수 씨는 정말 3D 일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네. 전 제 일이 정말 재밌어요. 항상 똑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도 프로젝트는 새롭고 풀어나가는 방법도 다르니까요. 물론 한 번에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작업방식도 너무 많아요. 하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몇 날 며칠 야근하는 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결과물을 보는 순간 고생한 날이 생각나면서 훨씬 뿌듯해요.”

 


▲희수 씨가 참여한 갤럭시 S10 광고 <사진=본인 제공>

 

영화관에 갔는데 상영 전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나오면 매번 신기해요. 친구들이 제 작업물을 찍어 보내주면 정말 신기하고 뿌듯합니다. 갤럭시 시리즈를 작업했을 땐 해외여행 간 동생이 제 작업물을 봤다며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은 다음 작업의 원동력이기도 하죠. 또 프로젝트를 함께 한 팀원들과 고생한 것도 추억이 돼요.”

희수 씨는 좋은 선배를 만난 것도 큰 행운이라고 했다.

“선배들과 팀장님들이 잘 이끌어 주셨어요. 업무 강도가 세니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일은 힘들어도 보람이 있잖아요. 좋은 선배를 만나 배우는 건 정말 중요해요. 전 운이 좋았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3D 일을 시작했냐고 묻자 희수 씨는 3D 디자이너는 자신의 세 번째 직업이라고 했다.

“졸업 전 스타트업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1년 반 동안 일을 했습니다. UI/UX, 웹, 제품 디자인 작업을 하다가 3D를 배우려고 퇴사했어요. 학원에 다니면서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의류 쇼핑몰도 병행했고요.”

그때 희수 씨는 첫차로 동대문에 있는 학원에 가서 많게는 12시간 정도 공부를 하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노트북으로 사진을 편집해 쇼핑몰에 업로드하는 생활을 했다.

기자는 그게 가능하냐고 되물었다. 희수 씨는 “좋아한다 해도 그런 생활이 쉽지는 않았어요”하고 답했다.

“후회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에 도전한 거니까요. 취업 이후엔 출퇴근 길에 책을 읽는데, 나중에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취업 전이나 후나, 체력과 정신력 모두 많이 쓰는 일을 하며 다른 직업까지 꿈꾸는 희수 씨에게 미래에도 3D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솔직히 업계에 여자 실장님들이 적은 편이고 미래에 가정을 꾸린다면 계속 이렇게 일을 하긴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최선을 다해 일에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해요. 바라는 게 있다면 부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제 작업물을 보고 3D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좋겠어요. 어떤 일일진 모르지만, 전 10년 뒤에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때도 3D를 좋아하고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인공지능과 결합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어요.”

희수 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는 몇 번이나 ‘진짜 나랑 같은 종족이 맞나’하는 생각을 했다. 기자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희수 씨처럼 살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거리낌 없이 뛰어드는 건 엄청난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희수 씨가 그런 경험을 여러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 자체로 충분히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부디 10년 뒤에 서점에서 ‘저자 이희수’가 적힌 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자가 모르고 지낼 희수 씨의 10년 뒤는 기자가 몰랐던 지난 희수 씨의 10년처럼 꽉 차 있을 거다. 읽는 내내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고 간접 체험만으로 즐거운 희수 씨의 삶이 흠뻑 녹아있기를, 희수 씨라면 어떤 책이든 좋은 문장으로 가득 채워 세상에 내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혜민 기자 enam.he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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