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로 울고 있는 '착한 농부'

김병윤 대기자 / 기사승인 : 2020-08-01 22: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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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힘들어요. 농촌이 어려운 거는 모두 아시죠. 고향을 떠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기후 온난화로 유해곤충이 들끓고 있어요. 자연히 농약을 많이 뿌리게 되죠. 저 농약을 뿌리다 보니 횟수가 많아져요. 농약과 비료 가격은 치솟죠. 농약값 부담이 장난이 아닙니다.

농약과 비료 가격은 억지로라도 견딜 수 있어요. 문제는 일할 사람이 없는 겁니다. 농촌에서 젊은이가 사라진 지 오래됐잖아요. 제 나이가 51세인데 동네에서 제일 어려요. 모두가 노인분들이에요. 농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몇 배가 됐어요. 그동안은 외국인 근로자들 덕에 농사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람을 구할 수 없게 됐어요. 외국인 근로자들 임금도 비싸요. 일당 8만5000원에 식사 세끼 제공합니다. 하루에 10만원은 줘야 합니다. 그마저도 이제는 완전히 끊겼어요. 정말 큰일입니다. 고향을 떠나야 할 때가 왔나 봐요.”

 

▲ '착한농부' 서정진 씨가 사과나무를 사펴보고 있다. <시진=김병윤 대기자>


경북 영주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착한농부’ 서종진(51) 씨의 한탄이다. 서종진 씨는 10년째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본업인 택배사업을 접고 농부가 됐다. 본인 소유 1천 평 외에 3천 평을 빌려 과수원을 하고 있다. 2019년 매출은 6천만 원을 올렸다. 수익은 없었다. 들어간 돈이 더 많았다. 요즘은 농약만 뿌려서는 안 된다. 칼슘과 영양제 등 부가물이 투여된다. 색깔을 곱게 내는 착색제도 뿌려야 한다. 색깔이 좋아야 판매가 잘 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춰 섰다. 판매처의 주문도 줄었다. 직접 트럭을 몰고 소비자를 찾아 나섰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가족끼리 품앗이로 일을 했다. 마지못해 과수원을 꾸려가고 있다.

서 씨는 그래도 농사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이제는 새로운 직업을 갖기도 늦은 나이다. 도시에 나가서 직장을 잡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어차피 들어선 농부의 길. 고향에 뼈를 묻기로 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끼리 조합을 결성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업종의 다양화로 활성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2020년에는 양봉 사업을 시작했다. 전문지식은 없지만 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배워 가고 있다. 올해는 꿀을 한 방울도 채취하지 않았다. 투자개념으로 벌통을 키워 나가고 있다. 현재 벌통을 32개로 늘려 놨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보리새싹과 사과를 섞은 즙도 생산할 예정이다. 2021년에는 밭농사도 지으려 한다. 깨 농사를 지어 기름 생산에 뛰어들기로 했다. 이미 판매처에 대한 사전조사도 마쳤다.

서 씨는 판매방식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기존 5kg 한 박스 포장을 소형화하기로 했다. 요즘은 1인 가정이 많아서다. 소비자가 양이 많으면 부담을 느낀다는 판단에서다.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사과 판매방식에 힘을 쏟고 있다.

서 씨는 농업인들의 이런 노력에 농협도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 농협이 현장의 어려움을 풀어주길 원하고 있다. 우선 농약값 부담을 덜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협에서 농약 공장을 만들어 싼값에 농약을 공급해 주길 바라고 있다. 현재처럼 사기업에 의뢰해서 생산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농민들이 버틸 방법이 없다고 한숨짓는다.

 

▲ 폭우로 쓰러진 사과나무 모습 <사진=김병윤 대기자>


우리 농촌은 코로나19, 기후 온난화, 재배비용 증가의 3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삶의 방식이 바뀐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노동력 부족, 치솟는 인건비, 비싼 농약과 비료값. 첩첩산중의 어려움이 가로막고 있다.

농업인들은 정부가 작은 것부터 대책을 세워달라고 부탁한다. 우선 농약과 비료값 인하만이라도 해주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은 코로나19가 종식돼야 해결될 문제라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농심은 천심이라며 부러진 사과나무 가지를 쳐내는 농부의 여유가 왠지 씁쓸함을 남긴다.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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